IT강국, SW교육은 ‘걸음마 수준’
프로그래밍 통해 컴퓨팅 사고력 함양
4차 산업혁명 ‘융합 인재’ 양성에 필수
韓, 해외 주요국 비해 교육시간 크게 부족
고교 절반이 과목 미개설… 사교육 의존
전문가 “계층별 디지털 교육 격차 우려
정보교사 확충·전 학년 의무교육해야”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합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븐 잡스는 코딩(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필수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사회가 변화하면서 생각하는 방법 또한 프로그래밍처럼 논리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시대가 찾아오면서 잡스의 이야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비대면으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이 선뜻 다가오면서 과거 프로그램 개발자들에게 국한됐던 코딩 교육이 이제 산업 전반에 걸쳐 교육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에 비해 적은 코딩 의무교육 등 디지털 교육 격차를 좁히기 위해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대세가 된 코딩 교육, 여전히 부족한 교육시간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코딩은 특정 프로그램 언어를 이용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지금, AI, 빅데이터 분석, 로봇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되는 코딩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코딩을 이해해야 할 수 있는 직무가 늘어나면서 코딩 배우기에 동참하고 있는 이들도 증가하는 양상이다. 특히 세계 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 10가지 중 첫 번째로 ‘복잡한 문제 해결 기술’을 선정하고 이를 위해 “컴퓨팅 사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밟힌 바 있다. 컴퓨팅 사고력은 복잡한 작업을 더 간단한 구성요소로 분해하는 능력, 알고리즘 설계, 패턴 인식, 패턴 일반화 및 추상화를 포함하며 컴퓨터가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 수 있도록 생각하는 과정 전체를 의미한다. 정부도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인재 양성을 위해 2019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의 코딩 교육을 의무화했다. 2017년에 입학한 중학생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됐고, 선택과목인 정보는 2018년부터 필수과목으로 전환돼, 학생들은 문제 해결, 프로그래밍 개발, 간단한 알고리즘 등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서 연간 17시간, 중학교에서 34시간을 교육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달리 해외 선진국들은 더 많은 시간을 코딩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교육에 할애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초등학교 3학년부터 연간 70시간 이상을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에 쏟고 있고 일본은 중학교 55시간·고등학교 70시간, 이스라엘은 고등학교 이과생의 경우 270시간을 교육하고 있다. 영국은 이른 나이인 5세부터 16세까지 주당 50분 이상을 소프트웨어 교육으로 이수하고 있다. 이마저도 국내 일반고등학교에선 절반가량이 소프트웨어를 교육하는 ‘정보’ 과목 개설조차 하지 않은 상태다. 의무교육이 시작된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달리 고등학교에선 52% 정도만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하고 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딩 교육은 단순히 컴퓨터 엔지니어를 양성하기 위함이 아니라 코딩을 통해 공학, 법학, 의학, 금융, 인문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코딩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수요에 맞게 학교에서 코딩 관련 교육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은 코딩 교육시간, 디지털교육 격차 초래 “해외 주요국에 비해 공교육에서 매우 적은 시간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 불균형으로 향후 디지털 교육 격차가 발생될 겁니다.” 글로벌 정보교육을 위한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비브라스 코리아 김동윤 대표는 정부의 소프트웨어 교육시간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소프트웨어 공교육과 관련해 수업 시수나 정보교사 부족으로 공교육에서 컴퓨팅 사고력과 프로그래밍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지역 간의 격차가 크다”며 “사교육의 영역에서도 프로그래밍 학원들의 대도시 집중 현상 및 고가의 수강료로 인해 지역 간 그리고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계각층에서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교육 격차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공교육에서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초등학교 및 고등학교에서 정보 교과 독립 및 필수화를 통한 공교육에서의 계속성 및 계열성 확보가 필요하고 타 교과와 비슷한 수준의 시수를 확보해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응용수학 박사 출신인 김 대표는 한국정보과학회장과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추진위원장 등을 엮임한 국내 대표적인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 교육 전문가다. 그는 “해외 주요국의 경우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교육이 시작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시작돼 컴퓨팅 사고력 함양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주도적 학습의 필요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컴퓨팅 사고력의 출발점은 학습자 스스로 일상생활이나 학문 분야의 다양한 문제 중에서 컴퓨터를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라며 “학습자가 능동적으로, 그리고 자기 주도적으로 수행할 때 컴퓨팅 사고력이 더 효과적으로 함양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비브라스코리아는 국제 비버챌린지 협회의 한국지부로, 대한민국 정보교육의 발전을 위해 재능을 기부해오고 있는 전국 100여 명의 정보 교사 및 교수진으로 조직된 비영리단체다. 과제를 해결하며 컴퓨팅 사고력을 배울 수 있는 국제 비버챌린지 대회는 지난 2017년 처음으로 국내서 개최돼 지난해까지 총 15만30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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